[오유]드럽게 재미없는 친구 이야기.
오유하나 일베하나 2015. 6. 18. 17:58 |나에겐 친구가 한 명 있다. 착하고 성격도 좋고 예의바르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나무랄 곳이 없는 청년이었다. 매사에 긍정적이라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었고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모든것을 주진 않는다. 이런 친구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 단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더럽게. 그 친구는 산악회 회원들도 들으면 눈쌀을
찌푸릴 정도의 유머감각의 소유자였다.
사실 재미가 없다는건 그 사람의 특징이지 단점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시절 나와 친구들 사이에선
그건 큰 담점이었다. 내 주변엔 웃기고 말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우리들 사이엔
자연스럽게 서로 웃겨야 한다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고 그런 분위기의 희생양이 바로 그 친구였다.
그 친구 별명은 더블a였다. 노잼 노스트레스.
이미 우리들 사이에선 녀석의 유머감각은 더이상 소생불가라며 사형선고가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좀 심하긴 했다. 재미없다고 말하면 잼? 잼은 냉장고에 있지! 라는 천인공노할 드립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녀석이었다. 요즘같은 시대였으면 고소감이었다.
문제는 자기 스스로는 자기가 굉장히 재치있다고 느낀다는 점이었다.
녀석은 유머사이코패스 그 자체였다.
우리는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을 해주었다.
"너보다 tv화면조정 시간이 훨씬 재밌어. 알록달록한게 얼마나 웃기냐."
"너는 숨쉬는게 제일 웃겨. 그러니까 입은 제발 다물어."
하지만 녀석은 노력파였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유머들을 개발하고 찾아내려 노력했다.
다만 그 노력만큼 결과가 신통치는 않았다.
녀석은 매일같이 새롭고 싱싱한 유모어를 우리에게 물어다 주는 한마리 황새였다.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싶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좀 나아질까 싶어 친구가 몇 번 소개팅을 주선해주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그도 그럴것이 친구의 유머를 억지로라도 웃어넘기려면
적어도 장동건이나 원빈급의 외모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녀석은 장동건보단 장길산을, 원빈보단 원균을 닮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우리는 굴하지 않고 계속 여자을 소개시켜줬고 그때까지 모쏠이었단 친구도 적극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친구의 환상을 깨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통화가 끝나고
씩씩대며 술을 마시던 친구에게 녀석이 물었다.
"넌 왜이렇게 자주 싸우냐? 난 여자친구 생기면 진짜 잘해줄거 같은데."
친구는 이 순진한어린양을 그윽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니가 아직 뭘 잘 모르나본데.. 이걸 뭐라고 해야되나.. 맞아 너 불사조 유니콘
이런게 왜 아름답고 신비한지 알아?"
"왜?"
"그건 상상속의 동물이니까. 근데 막 불사조가 비둘기마냥 니네 동네에서 막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봐. 여기저기 똥대신 불을 막 싸고다녀. 근데 죽지도 않아.
자꾸 살아나. 그리고 유니콘이 지 생리한다고 니 배때지를 뿔로 들이받는다고
생각해봐. 그때도 걔들이 아름다울까? 상상은 상상속에 있을때가 제일 아름다운거야."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는지 녀석은 여자에 관심이 없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더더욱 유머에 정진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어느 날 녀석이 실실거리며 나타났다. 낌새를 채고 도망치려는데 붙잡히고 말았다.
"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아니 집에 우환이 있어서 좀 그렇네."
"니가 재밌는 얘기를? 그말이 제일 웃긴데?"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최불암이 길을 걷는데.."
"아.. 신이시여.."
난 믿지도 않는 신을 부르짖었다.
"작동한다! 시발 내 타임머신이 드디어 작동해!"
"닥터 타디스는 어딨죠?"
"닥터 이번엔 어떤 시대로 가나요?"
15년전으로 시간이 돌아간 느낌이었다. 우리의 방해공작에도 녀석은 끝내 이야기를 마쳤다.
오직 녀석만이 웃고있었다. 나머지는 나라잃은 표정으로 허공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최불암이 길을걷다가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고도 친구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우리의
우정이 그만큼 끈끈하다는 뜻이었다.
"재미 없냐? 난 듣고 완전 빵터졌는데?"
".. 줘 터지고 싶냐?"
우리는 그렇게 녀석을 포기했다. 그리고 몇년 전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서울에 가기위해 우리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없이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녀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 급행타고 가면 안되냐? 나 급행."
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킥킥댔고 방심하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빵터지고 말았다.
그런 유치한 말장난에 웃어버린게 자존심 상했지만 한편으론 감회가 새로웠다.
10년만에 처음으로 녀석의 말에 웃은것 같았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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